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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은별
작성일 2018-01-24 (수)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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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스쿠니 신사에 진열된 정로환의 정체는? ”

자근자근 읽기를 권한다. 재미에 빠져 후딱 읽으면 후회한다. 소소한 재료를 취하여 체념, 집단주의, 부끄러움, 죽음 등의 키워드로 일본을 깊이 들여다보는데, 뒷맛이 하이쿠 읽은 느낌이다.
문학평론가 김응교가 들려주는 일본인, 일본문화. 13년 동안 도쿄에 머물며 보도 듣고 느낀 바를 적었다. 앉은 자리에서 후딱 읽힌다.
’많은 가지에 가득 찬 사쿠라와 군복 깃의 빗깔/ 사쿠라는 요시노 산에 피고 있는데 바람이 세차게 분다/ 일본 남아로 태어났으면 싸우는 전쟁터에서 사쿠라처럼 져라.’ 옛 일본 육군보병가는 하이쿠의 정조를 띤다. ‘사쿠라가 만발할 때 술 한 잔 들고/ 사쿠라가 질 때 함께 죽노라.’ 죽음은 사무라이와 직결된다. ‘열심히’로 번역되는 일상어 ‘잇쇼켄메이’(一莊懸命). 알고보면 오야붕을 위해 목숨을 바치는 사무라이 정신이다. 2년 절치부심 끝에 주군의 원수를 갚고 할복한 ‘47인의 낭인사건’을 다룬 가부키는 롱런 공연이다. 부끄럽게 사느니 사쿠라처럼 지고 말겠다는 정서. 그런데, 야스쿠니 신사에 사쿠라가 피어야 공식적으로 ‘사쿠라 핀 날’이 된다. 246만5000명의 신이 모셔진 곳. 그곳에서는 윤봉길 의사가 죽인 시라카와 요시노리도 신이다. 한국전쟁을 계기로 조직된 자위대 사망자 465명도 포함돼 있다. 지은이는 러일전쟁 100주년을 기념해 야스쿠니 신사에 진열된 ‘정로환’ 앞에서 아찔해진다. 일본 침략사와 도저한 상술 때문. 1904~5년 러일전쟁 때 설사병 걸린 병사를 위해 만든 약이다. 구전된 약효는 ‘러시아를 박살낸 약’이라는 상표가 붙어 지금도 잘 팔린다.
자근자근 읽기를 권한다. 재미에 빠져 후딱 읽으면 후회한다. 소소한 재료를 취하여 체념, 집단주의, 부끄러움, 죽음 등의 키워드로 일본을 깊이 들여다보는데, 뒷맛이 하이쿠 읽은 느낌이다.

임종업 기자 blitz@hani.co.kr
<한겨레신문> 2017년 12월 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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