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마당

 letter
독자편지
작성자 리수
작성일 2001-05-08 (화) 13:51
ㆍ추천: 0  ㆍ조회: 2302  
IP:
국회의원을 위한 추천 도서

왜 지금 영국을 말하는가

세계 의회 민주주의의 원천, 영국의 웨스트민스터 의사당에서는 매주 수요일마다 총리와 야당 당수 간에 설전에 벌어진다.
먼저 노동당의 당수인 토니 블레어가 연설대에 서서 정부 정책을 이야기하면, 여당 의원들은 "맞아! 맞아!" 소리치고 야당의원들은 "우우우∼∼∼"하는 야유를 보낸다.
이어 야당 당수인 헤이그가 블레어의 말에 반박하기 시작하면, 반대상황이 벌어지는데 그 야유라는 것이 너무 점잖아서 꼭 장난처럼 보일 정도라고 한다. 중간 중간 자리에서 의원들이 일어나 얘기하고 자리에 앉기도 하지만 목소리를 높이거나 흥분하는 의원은 거의 없다. 어쩌다 토론이 과열되면 하원의장이 '오더(질서,Order)!"하고 위엄 있게 소리치면 의원들은 이내 조용해진다.

한편 양당을 대표해 설전을 벌이는 하원의 발언대 앞을 보면 여당석과 야당석 사이에 그어진 붉은 줄이 있다. '소드 라인(Sword Line)'이라고 불리는 이 줄은 설전 중에 칼싸움을 벌이더라도 넘어서면 안 되는 줄이다.
야당석과 여당석에 각기 자리하고 있는 두 개의 발언대 거리 역시 절묘하다. 이 거리는 칼을 들고 싸울 수는 있지만 서로 상대방을 찌를 수는 없는 거리다. 바꾸어 말하면 과거 영국의 의회에서는 빈번하게 칼싸움이 벌어졌다는 뜻이다. 그리고 싸움은 막을 수 없지만 유혈 사태만은 막기 위해서 넘어서서는 안 될 선이 그어졌다고 해석할 수 있다.

신사의 나라 영국 의회에서 칼싸움이라니! 이해가 되지 않지만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보면 점점 수긍이 된다. 영국인들은 로마 역사가들이 "땅 끝에 살고 있는, 몸에 문신을 얼룩덜룩 그린 야만인"이라 부를 정도로 거칠고 싸움을 잘 했다고 한다. 그 피를 이어받아 16세기에는 '해상의 제패자' 스페인의 무적함대를 궤멸했고, 그 후 전 유럽을 휩쓴 나폴레옹도 워터루에서 눌렀다. 1차 2차 대전은 물론이고 최근의 포클랜드 전쟁에서도 아르헨티나에게 승리했다. 그리고 현재 이들의 호전성은 축구경기장의 홀리건으로도 명성이 자자하다.

그러나 지금에 와서 그들의 야만성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중요한 것은 2000년에 걸쳐 야만의 나라를 신사의 나라로 바꾸었다는 점이다.
사람의 천성도 쉽게 바꿀 수 없는 마당에 민족 전체의 천성을 바꾼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그러나 영국 사람들은 그것을 해냈다. 야만인의 후예라는 최대의 컴플렉스를 교육의 힘을 빌려 완벽하게 탈피한 것이다. 이점이 영국을 느닷없이 거론하는 이유라면 이유이다.

이밖에 우리가 영국을 타산지석으로 삼을만한 이유는 익히 알고있는 영국인들의 합리성에 있다.
*남의 시선에 자신의 행복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마음껏 누릴 수 있는 행복을 찾고, 그와 동시에 타인에 대한 배려또한 잊지 않는 점.
*과학과 통신의 발달로 점차 몰개성화 되는 세계에서 자국의 전통을 고스란히 지켜내는 점.
*국회의 모습에서 보았듯이 목소리가 큰 사람이 이기는 사회가 아니라 합리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사람이 이긴다는 점.
*돈과 성공에 대해 이상적인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 점.
실제로 대학교 교수는 15년 쯤 된 고물차를 타거나 자전거를 타고 출근하는데  비해서 연관공은 벤츠를 타고 다닌다. 영국은 대학교수든지 연관공이든지 돈을 버는 것은 자신이 얼마나 정직하고 성실하게 사는지에 달려 있다고 생각하며, 이를 자연스럽게 받아드린다.

흔히 우리가 본받아야 할 국가로 미국이나 일본을 생각하지만 미국은 지나친 자본 제일주의와 일본의 경직된 관료주의에 비해 합리적이고 성숙한 영국 사회야말로 우리가 진정으로 목표해야 할 사회의 모습일 것이다.

저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돈 많이 버는 것이 인생의 목적이라면 영국 사람들의 삶은 어리석기 짝이 없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요? 영국 사람들은 지금 이 순간의 여유를 누리면서 느긋하게 살아갑니다. 그들의 삶에는 소박하지만 참된 행복이 있습니다. 이러한 삶의 모습을 다만 '가난하다'라든가 '게으르다'라고만 판단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어리석은 판단일 것입니다."

"우리 역시 영국 못지않은 전통을 가지고 있는 나라이지만 오늘날 우리의 삶이 전통 위에 서 있는지, 아니면 뿌리 없는 국적 불명의 문화 위에서 흔들리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처럼 영국은 작지만 무한정 큰 나라입니다. 보수적인 것 같지만 유연하고 융통성 있는 나라입니다."

일찍이 자존심이 강한 프랑스의 철학자 볼테르는 말했습니다.
"왜 모든 나라들이 좀더 영국을 닮지 못하는지 안타까울 뿐이다"라고….

  0
3500
번호     글 제 목  작성자 작성일 조회
19 장애인은 내 친구 [1] 박소민 2010-06-21 1494
18 다도를 즐기시는 분들께 2002-01-10 2568
17 도자기에 관심있으신 분들께 2002-01-10 2365
16 지혜로운 부모는 기다릴 줄 안다. [1] 리수 2001-05-08 5817
15 유치원 선생님께. 리수 2001-05-08 2835
14 무궁무진한 교육 아이템이 숨어 있는 놀이 리수 2001-05-08 2372
13 우리 말을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께 [7] 리수 2001-05-08 2534
12 편집자라면 꼭 읽어야 할 책! 리수 2001-05-08 2308
11 취업에 자신감을! 리수 2001-05-08 2300
10 대입 면접을 지도하시는 선생님께 리수 2001-05-08 2314
9 대입면접을 앞둔 수험생 여러분께 리수 2001-05-08 2360
8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없는 나라-영국 리수 2001-05-08 2429
7 노동자 여러분께 추천합니다. 리수 2001-05-08 2277
6 교육부장관이라면 꼭 읽어야 할 책 리수 2001-05-08 2353
5 국회의원을 위한 추천 도서 리수 2001-05-08 2302
4 동물에게도 권리가 있는 나라 이야기 리수 2001-05-08 2371
12

서울시 성동구 행당로 76 한진노변상가 110호 도서출판 리수
Copyright2000 Risu Publishing Co All rights reserved.
고객서비스 02)2299-3703 | Fax 02)2282-3152 | 문의메일 risubook@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