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많이 닮은 슬픈 공화국, 대만

[최보기의 책보기] '대만, 거대한 역사를 품은 작은 행복의 나라'

기사보기>>

우리는 흔히 일본을 '가깝고도 먼 나라'라고 한다.
그런데 우리에게는 가깝고도 먼 옛 친구 같은 나라가 하나 더 있다.
비행기로 두 시간 거리의 대만이다.
고산 윤선도가 '나무도 아닌 것이 풀도 아닌 것이…'라고 읊었던 대나무,
딱 그 대나무처럼 나라이면서도 나라가 아닌, 슬픈 공화국이 대만이다.

중화민국이라는 공식 국호가 있지만 우리는 잘 모르고
그저 대만이나 타이완으로 더 많이 불리는 섬나라다.
동서 냉전 시기를 겪었던 장년층들이 '중공 오랑캐'에 대비해
'자유중국'으로 친근하게 불렀던 나라다.
넓이는 남한 땅의 1/3 정도고 인구는 2천 3백만 명,
수도는 타이베이, 청천백일기라는 국기와 삼민주의가라는 국가(國歌)까지 엄연히 있지만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더라도 그것들을 달거나 부를 수 없는 나라가 중화민국이다.
중국의 현실적인 힘에 밀려 1971년 국제연합(UN)에서마저 강제로 퇴출됐다.

우리라고 별 수 있겠는가.
우리 역시 중국과의 관계를 위해 중화민국과의 국교를 공식 단절한 지 벌써 20년이 넘었다.
추세가 그러다 보니 '중국을 알자'는 책들은 쏟아지는데도 대만에 관한 책은 가물에 콩 나듯 한다.

그런데 중화민국이 우리에게 어떤 나라인가.
일본의 식민지라는 아픔을 함께 가진 나라다.
국제사회가 거들떠보지도 않았던 상하이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적극적으로 인정하고 지원했던 나라다. 1948년 수립된 대한민국 정부를 세계에서 두 번째로 빨리 승인했던 나라다.
1950년 6?25 전쟁 때는 특수전 요원을 비밀리에 파병했고,
누구보다 먼저 물자지원에 나섰던 '혈맹'이었다.
그러니 아무리 국제관계가 냉혹한 힘의 논리에 따르더라도
최소한 대만(타이완)과 타이(태국 泰國)를 혼동하지 않는 '예의'는 갖추어야 하지 않을까.

그런 예의를 위해 나온 책이다.
3만6000 제곱킬로미터의 땅, 거기에 사는 사람들, 그들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를 모두 담았다.
부록으로 담은 어학연수와 유학 정보도 젊은이들에게 도움이 될듯하다.
기억할 것은 아직도 국제 시장에서 중화민국은 우리의 강력한 라이벌이라는 점이다.

◇대만, 거대한 역사를 품은 작은 행복의 나라=최창근 지음. 도서출판 리수 펴냄. 304쪽. 1만98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