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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ㆍ작성자 |
cauv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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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ㆍ작성일 |
2002-11-06 (수) 10:4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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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국 제대로 알기
도서명 : 터키 - 신화와 성서의 무대, 이슬람이 숨쉬는 땅
크리스티앙 자크의 소설『람세스』에는 기원전 14세기경 시리아와 팔레스타인 지역의 패권을 놓고 카데쉬에서 다투던 히타이트 제국의 왕 무와탈리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히타이트 제국은 아나톨리아 고원을 근거지로 스파르타식 철혈 통치를 강행한 살벌한 국가로 묘사되고, 제일의 문명국 이집트를 다스리는 대왕 람세스를 돕는 신의 뜻에 패배로써 복종해야하는 도구로 묘사된다.
『성경』사무엘하서 11장. 이스라엘의 왕 다윗에게는 우리아라는 이름을 가진 충신 무관이 하나 있었다. 그는 헷 출신의 장수로서 이스라엘 본토 출신의 어느 장수보다도 용맹과 충성심이 뛰어났다. 그러나 그의 아름다운 아내 밧세바를 취하려는 다윗의 왜곡된 욕구로 그는 최전방 전쟁터에서 살해당하게 된다. 헷은 이후 고고학적 발견을 통해서 히타이트 제국을 칭하는 것으로 밝혀져 성경 기록의 진실성이 입증되었다.
호메로스의 서사시『일리아드와 오디세이아』. 트로이 왕자 파리스가 스파르타의 왕비 헬레나를 강탈해 달아 난 이후 그리스 연합군과 트로이 사이에 벌어진 공방전의 무대였던 도시 국가 트로이는 지금의 터키 땅 에게해 해안도시 트루바로 알려지고 있다.
『성경』요한계시록 2장과 3장에 걸쳐 나오는 일곱 교회는 모두 오늘날의 터키에 위치하고 있다. 사도행전에 기록된 사도 바울의 선교여행은 터키와 그리스의 주요 도시들을 경유하는 것으로 진행되었다.
시오노 나나미의 전쟁 삼부작 『콘스탄티노플 함락』, 『로도스섬 공방전』, 『레판토 해전』은 운명의 15세기에 비잔틴 제국의 수도 콘스탄티노플을 함락하고 지중해 유역과 그를 둘러싼 땅에서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한 대제국 오스만 투르크의 정복 역사를 다룬 전쟁역사물이다.
이상이 내게 터키와 그가 위치한 아나톨리아 반도의 과거와 반도를 둘러싼 현장에 대해 얻게 된 단편적인 정보들을 제공한 책들의 목록이다. 물론 고등학교 시절 배웠던 세계사 교과서에 들어 있는 투르크 제국 관련 내용들이나 아라랏산의 노아 방주를 비롯한 여러 고고학적 발견들, 터키 축구의 전성시대를 연 클럽 갈라타사라이의 UEFA Cup 우승, 부단히 유럽에 속하려는 터키의 노력 등을 다룬 신문, 잡지의 기사들을 통해서 터키에 대한 간단한 상식 수준의 정보는 습득하고 있었다. 그러나 대다수의 한국인들처럼 나 역시 터키에 대한 관심이 일반적인 수준을 벗어나게 된 것은 2002 월드컵 대회를 통해서였다. 브라질과의 첫 경기가 끝난 후 심판판정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와 함께 사이버 게시판들에 무수히 쏟아진 글들 가운데 어느 한 글을 통해 '돌궐'이라는 북방 유목 민족의 후손인 터키인들과 우리와의 관련성에 대한 글을 읽고 난 후 터키 관련 자료를 찾는 수고를 시작했다. 이후 민족적 연관성에 관한 그 게시판 글의 내용이 정설이라기 보다는 가능성 있는 하나의 가설이라는 사실을 확인하게 되었지만, 역시 한번 가진 관심은 확장되기 시작했고, 관심의 확장은 곧 애정으로 변했다.
때마침 출간된 책 『터키』는 나의 이런 관심과 애정에 가속의 날개를 달아주는 역할을 했다. 월드컵 열기에 편승한 저자와 출판사의 기회주의적 상업 전략이 아니라는 것은 책의 저술 일자와 축구 관련 내용 - "더구나 본선 조추첨 결과 터키팀이 한국에서 경기를 갖게 되자 터키 국민들은 형제인 한국 국민들이 터키 팀을 응원할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매우 만족하였다"(p.184f.) - 을 통해서 확인이 되었다. 무엇보다 터키통이라 할 수 있는 저자의 터키에 대한 방대한 체험과 지극한 애정, 이론과 지식의 전문성으로 이루어진 책의 내용이야말로 가장 강력한 보증이 될 만하다.
이 책은 두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첫 부분은 몽골 초원과 중앙 아시아를 유랑하던 유목 민족을 확고한 정착 민족으로 거듭날 수 있게 해 준 땅 '아나톨리아 반도'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구석기 시대 이래 그 땅에서 부침을 거듭했던 여러 종족과 민족들에 대한 이야기들이다. 특히 대제국 히타이트와 프리기아, 리디아와 페르시아를 거쳐 알렉산더의 헬레니즘 제국을 거쳐 로마와 비잔틴, 셀주크 투르크, 오스만 투르크에 이르기까지의 역사를 유적지를 중심으로, 마치 관광 가이드가 안내하듯 편안히 이야기하고 기술하고 있다.
두 번째 부분은 1923년 오스만 투르크의 멸망과 함께 탄생한 터키 공화국의 이모저모를 외교관답게 정치와 경제, 사회, 종교, 지리, 그리고 민족적 기질과 음식, 언어, 인간관계, 축구, 교육, 여성 등과 같은 문화적 관점에서 구술한다. 마지막으로 우리를 형제국이라 부르기를 진심으로 기꺼워하는 그들의 한국관도 자세히 기록하고 있다.
일단 이 책은 정말 평이하다. 최고의 전문가이기 때문에 오히려 설익은 전문가들보다 쉽게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무엇을 말해야 할지 정확히 알기 때문이다. 또 글은 마치 구술한 글을 받아 적은 것처럼 편안하다. 이미 언급했듯, 여행가이드로부터 이야기를 듣는 격이다. 터키 여행을 한다면 이보다 좋은 안내서를 찾기가 힘들지도 모르겠다. 월드컵을 통해 "피를 나눈 형제(칸카르데쉬)"의 나라 터키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도 뜨거워진 만큼, 그들을 더욱 잘 알고 이해하는데 도움을 줄 만한 수준 있는 학문적 연구물이 더 많이 나오기를 기대해 본다.
예스24 --- 2002/08/30 (cauvin) 2002-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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