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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ㆍ작성자 |
사그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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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ㆍ작성일 |
2005-10-19 (수) 19: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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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당함'의 미학
도서명 : 사람으로부터 편안해지는 법
알라딘에 오른 독자서평입니다.
'적당함'의 미학 (평점:, 추천:2)
사그라도 2005-10-08 00:22
‘사람’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관계이다. 사람을 뜻하는 다른 말인 ‘인간’의 한자 뜻풀이도 ‘사람 사이(人間)’인 것을 보면, 관계는 우리 사람이 살아가는 데 당연히 따르는 것이 아닐까 싶다. 우리는 관계 속에서 동질감을 갖길 원하고, 자신의 가치를 찾길 원하고, 혼자만으로는 채울 수 없는 공허함을 채우길 원한다. 우리 모두 자신이 맺고 있는 관계 속에서 나름대로의 의미를 찾길 원한다. 그러나 정작 관계 속에서 자신이 원하는 의미를 발견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그보다는 오히려 원하는 것과는 다르게 틀어진 관계 속에서 갈등과 괴로움을 겪기가 십상이다. 특히나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지금의 현대사회는 다양한 관계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 더더욱 원하는 의미를 찾기 힘들다. 다층적인 여러 관계들 속에서 자신이 어떤 자세를 취해야 그 관계들을 자신이 바라는 데로 만들 수 있을지 알기 어렵기 때문이다. 게다가 우리가 방법을 찾기 위해 손쓸 새도 없이 관계들은 수시로 형성되고 변해간다. 어떻게 하면 이 모든 관계를 원하는 데로 이끌어가고, 의미를 찾아낼 수 있을까?
소노 아야코의 경우록(敬友錄), 친구라 함은 우리가 맺는 모든 관계를 이야기하는 것이리라. 『사람으로부터 편안해지는 방법』이라는 책의 제목이 단적으로 드러내듯, 이 책은 관계의 난관을 어떻게 하면 극복할 수 있을지에 대해 말하고 있다.
관계들 사이에서 우리는 이 관계들을 원하는 데로 이끌기 위해 인위적으로 자신을 바꾸려 하거나 혹은 남을 바꾸려고 한다. 그러나 소노는 그 인위성이 도리어 우리의 관계를 틀어지게 하고 갈등과 괴로움을 주는 것이라 이야기한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개선이 아니다. 그보다 합당한 대안은 바로 ‘적당하게’가 아닐까. 소노가 볼 때 억지로 남과 비교해 자신을 바꾸려고 하고 혹은 남을 자신에게 맞추려고 하는 시도들은 가치가 없다. 그 시도들을 통해 이루어지는 관계 또한 억지성을 가지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적당하게,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긍정해야 한다. 작은 키도, 까무잡잡한 피부도, 이마의 주름살도, 소심한 성격도 모두 자신의 일부분이라고 생각하자. 자신이 보기에 못마땅한 남의 흉도 모두 긍정하자. 그것들이야말로 어쩌면 정말 사람다운 냄새가 나는 것일 수도 있다. 우리가 생각하는 우리 자신의 모자람이 단점인 것인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 충분함과 모자람을 가르는 기준은 사실 분명하지 않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적당하게,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 세상이 기계처럼 완벽하게 척척 돌아가는 곳이라고는 생각하지 말자. 우리가 생각하는 인과율로 세상을 재단하려 하지 말자. 세상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높은 어떤 법칙이 작용하고 있는 곳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친절은 베풀면 그만이고, 예의는 지키면 그만이다. 미덕은 원래 보응을 기대하고 행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적당하게, 있는 그대로의 자신의 위치를 지키고 남의 위치 또한 존중할 줄 아는 자세, 모든 것을 긍정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자세, 바로 이것이 오늘날 우리가 관계들 속에서 의미를 발견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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