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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ㆍ작성자 |
평범한여대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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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ㆍ작성일 |
2003-09-15 (월) 08:4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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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에서 본 희망
도서명 : 러시아 상상할 수 없었던 아름다움과 예술의 나라
알라딘에 오른 독자서평입니다.
작성일 : 2003 년9월 8일
사회주의 체제 시도 그리고 실패. 이는 현재 러시아의 정체성을 결정짓는 가장 큰 요소가 아닐까 생각한다. 페레스트로이카 이후 러시아 경제는 분명 과거의 위용을 잃어버린 듯 하다. 선생님, 의사 등 버젓한 직업을 가지고 있던 이들이 본국에서의 삶을 포기하고 우리 나라에 와 공장 노동자가 되어 살아가는 것을 볼 때면 그 나라의 실체가 도대체 무엇인지 묻고 싶어진다. 이제 남은 것은 위대했던 과거에 대한 어설픈 추억 밖에 없는 것인지,....
차가운 바람이 매섭게 몰아치던 모스크바의 정경을 기억한다. 거리를 지나다니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코트를 여미고 모자를 쓰고 있었다. 자연조건상 인간이 살기에는 참으로 혹한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인간이란 존재는 실로 위대했다. 그들은 내겐 불모지와도 같아 보이던 그 땅에서 화려한 역사를 이룩했다. 비록 다른 나라에 비해 오래되진 않은 역사였지만, 그 화려함은 여느 나라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을 듯 싶었다. 북유럽을 이야기할 때마다 빠지지 않는 아름다운 백야의 전경을 러시아에서도 볼 수 있다고 하니 괜실히 가슴이 설레였다. 보랏빛으로 물든 하늘, 태양빛으로 인해 역광으로 찍힌 사진은 내 가슴에 알 수 없는 뭉클함을 심어주었다.
그러고보면 러시아에 대해 나는 참으로 몰랐던 것 같다. 우리는 우리와 다르다는 이유로 상대를 외면하는데 너무도 익숙해왔기에, 특히나 남북 분단의 현실 속에서 지난 날 러시아가 택했던 구조는 철저히 소외하고 배척해야만 되는 것으로 우리에게 받아들여졌었다. 어떻게 보면 그들은 잔혹했고, 동유럽을 비롯한 여러 민족국가들을 잠식해 소련이라는 커다란 나라를 형성했다. 최근 독립한 국가들은 자신들의 정체성을 찾기 위한 노력으로 러시아에 대한 모든 것을 거부하고 있기도 하고, 무엇보다도 소련의 존재에 대해 거부하고 있다.
하지만 반민중적인 전제왕권에 저항했던 지난 날 러시아인들의 삶은 단순히 거부한다 하여 없던 것으로 치부될 수 있는 종류의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것은 인간이 인간으로서 살기 위한 하나의 저항이었고, 그랬기에 충분히 아름다웠다. 또한 그 격렬함이 러시아의 모든 것을 설명하는 무언가는 아니었다. 그들은 항상 이콘을 중요시 여겼고, 신앙의 테두리 안에서 살았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우리보다도 개방적인 듯한 삶을 살았다. 물론 전통적인 여성상을 강조하는 등 타 사회에 비해 보수적인 측면도 없진 않았지만, 적어도 그들은 자신의 것들을 소중히 여길 줄 알았고, 그 자신감을 바탕으로 다른 이들을 자신들의 공간에 초대하고 함께 즐기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
무엇보다도 놀라웠던 것은 탄탄해 보이는 교육제도 그리고 책과 더불어 사는 사람들의 모습이었다. 물론, 러시아 사회에는 자본주의의 물결이 몰아닥치고 있으며, 그로 인해 그들의 교육제도 역시도 변화하리라고 예상된다. 하지만 한가지 길만을 지향하지 아니하고 무엇보다도 예술과 관련된 분야를 집중적으로 육성하는 그 모습이 나는 부러웠다. 그들에게 있어서 오페라 등의 문화 생활은 너무도 당연한 것처럼 보였다.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지 않았을지라도 스스로 고른 책에 푹 빠져 끊임없이 책을 갈구하는 러시아인들의 모습은 분명 러시아 사회가 지닌 희망적 요소였다.
막연히 상상만 하던 러시아의 이미지는 온데간데 없어지고, 아기자기하면서도 웅장한, 그래서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이미지들이 나의 머리 가득 차 올랐다. 비록 현재는 변화의 흐름 속에서 혼란을 겪고 있지만, 그 혼란은 일종의 과도기로 볼 수 있을 듯 하다. 열정을 가지고 자신의 생각을 거침없이 토로하는 초등학생들의 모습 속에서 나는 러시아 사회의 희망을 엿본다. 너무도 아름다운 지난 문명이 진정 그들의 선조들이 이룩한 위대함이었음을 그들은 분명 머지 않아 스스로 증명해 보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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