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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ㆍ작성자 |
crme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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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ㆍ작성일 |
2004-12-20 (월) 11:3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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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진솔하게 써 내려간 미국 이민 가장의 삶
도서명 : 이민 아빠의 아메리칸 다이어리
인터넷 교보문고에 오른 독자서평입니다.
정말 진솔하게 써 내려간 미국 이민 가장의 삶 [crmeai] ㅣ 2004-11-11 ㅣ
대기업에 몸 담고 평생을 하겠노라고 생각하며 보낸 20년,
그러나 우리기업의 경영환경이 바뀌면서 평생고용이라는 개념은 깨져버리고, 명퇴에 대한 압박과 함께 젊은 세대들이 계속 치고 올라오고,아이들은 아직도 교육시켜야 하는데, 사교육비는 치솟아 오르고,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재산은 별로 없는데, 집값은 천정부지이고...
아이들을 보다 나은 환경에서 교육시켜줌으로써 나같은 신세를 면하게 해주어야지라는 생각에 와이프와 애들을 외국으로 보내고, 한국에 홀로 남아 돈벌어서 꼬박꼬박 해외송금하면서, 밤마다 일로 지새우거나 술 한잔에 취해 잠드는 기러기 아빠들이 늘어간다.
그러다가, 외로움에 문뜩 아예 한국생활 접고 이민을 갈까? 라는 고민을 하게 되고...
적어도 수 만명의 40~50대 직장인들이 이런 생각을 하고 있지 않을까?
빠르다면 30대 중후반에도 이런 고민과 결정을 하는 분들도 계시고...
이민 아빠의 아메리칸 다이어리는 정말 평범한(그러나 읽다보면 존경이 가는) 분이 애들 따로 미국으로 교육을 보낸 후에, 이민을 결정하고 떠난 후에 겪은 여러 고난과 즐거움이 한껏 배어있는 정말 보기 힘든 좋은 책이다. 저자인 임세근 님은 교보생명보험이라는 대기업에서 지점장 등 부장으로 재직하시다가 어렵게 미국행이라는 결정을 내리신 분이다. 그리고 이 책의 출판사, 리수는 꾸럭이 좋아하는 타산지석 시리즈를 낸 출판사이고...
통상 이민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크고 넓고 좋은 집, 잘 가꾸어진 정원, 큰 자동차, 딱딱 정해진 일정에 따라 일하고 남은 시간에 자유와 여가를 즐기는 그런 삶을 생각하기 쉽다. 어떤 사람은 이민가서 정말 대박을 터뜨리고 잘 살고 있다는 그런 신화와 같은 이야기, 또는 이민가서 쫄딱 망해서 노숙자가 되었다는 그런 극과 극의 이야기도 우리는 알고 있다. 그러나, 그 정 가운데의 보통 이민자의 삶에 대해서는 정작 우리는 잘 모른다. 이런 보통 이민자의 삶을 살고 계신 분이 바로 임세근 님이다.
이 책에는 가슴 뭉클한,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그런 부분이 참 많이 나온다. 미국으로 이민, 아무리 한국에서 영어 좀 했다 하더라도 본토로 가서 지내기에는 너무나 어려움이 크다. 결국 외국인을 위한 영어학교에 다니면서 영어를 익혀보지만, 영 시간이 지나도 영어는 역시 외국어일 뿐이고, 잘 들리지 않다보니 입에서 잘 나오지도 않고, 누군가 사람을 만나는 일이 두렵다. 이런 외국인들이 일할 수 있는 곳이라고는 소위 노가다, 몸으로 때우는 일일 수밖에 없다.
저자인 임세근님도 본국에서 들고 온 돈이 점점 줄어가는 터라, 더 이상 영어공부에만 매달릴 수 없어 일자리를 얻으러 나가신다. 처음으로 얻은 직장, grocery store... 한국인 교민이 사장을 하고 있는 곳이었지만, 들어오는 짐 날라서 정리하고, 진열대 정리하고, 바닥 청소하고 하다보면 눈코뜰새 없이 바쁘다. 한국에서 고등학교 다닐 때에나 도시락 싸들고 다녔지, 도시락을 잊고 살았는데, 생활비를 아끼기 위해 도시락을 싸가지고 출근한다. 창고 구석에 앉아 다 식은 도시락을 먹고 있는데, 일 정리도 제대로 안하고 무슨 밥을 먹느냐는 핀잔에 다시 일하다 돌아와 앉으니 울컥 눈물이 난다. 그래도 생활비를 벌고, 애들 학교를 보내야 하는데라는 생각에 다시 가장으로써 일어난다. 열심히 일하다보니 주위 외국인들이나 한국사장에게도 인정을 받는다. 친한 호칭으로 한국인 사장은 임씨라고 부르고, 다른 외국인들도 괜히 친한 척 또는 지가 매니저라도 된 것처럼 임씨라고 부른다. 어느날 딸 아이로부터 걸려온 전화, 자기 아버지를 임 부장님이 아니라 임씨라고 부르는 직원들의 소리를 듣고 침울해한다. 저자도 우울해지지만 하는 수 없다. 이겨내야지...
grocery store에서 시간 당 몇 달러씩 받는 돈으로는 생활이 안된다. 다른 외국인들도 또 미국인들도 2-3 jobs를 가지고 있다. 저자도 남는 시간을 이용한 새로운 일거리를 찾는다. 그래서, 양계장에서 달걀을 포장하고, 포장된 달걀을 pallet에 옮기는 노가다를 다시 뛰게 된다. 그것도 토요일과 일요일 새벽과 아침 시간에... 어쩌다 무리할라치면 달걀도 깨지고 몸도 다친다. 그래도 꿋꿋이 생활비를 벌겠다는 욕심에 일을 한다.
아직도 부족하다. 잠을 줄여서라도 더 일을 해야만 했다. 그래서, 어렵게 어렵게 자동차 정비소에서 잡일을 시작한다. 한국에서 자동차 보수라고는 카센터에서 엔진오일 가는 정도이고, 자동차 타이어 교환도 어렵사리 하던 한국의 보통 남자가 정비소에서 일하려니 모르는 것이 투성이이다. 생소한 단어들을 생각하면 그 어려움이 이해된다. 그러나, 한국인이 누구인가? 수학능력은 미국애들보다 훨씬 낫다. 거의 계산기 수준이다. 이런 장점들이 잘 부각되면서 그는 정비소에서도 인정을 받으며 일을 하게 된다.
이런 도전과 적응 과정 속에서 그는 한국과 미국 문화의 큰 차이점을 알게 된다. 더불어 그가 한국에서 배웠던 그 많은 영어단어들이 사실은 미국식이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된다. 그리고 생활문화(예를 들어 파티문화)를 비롯해서, 출퇴근 time card 긁는 것 또한 한국형 노동자가 생각하는 것과 미국식 노동자가 생각하는 바가 다르다는 것도 알게 된다.
저자가 거주하고 있는 곳은 여름에 온도가 근 40도에 육박한다고 한다. 회사에서 타고나온 고물 트럭의 에어콘이 고장나서, 잠시 집에 들려 시원한 물 한잔 먹고 가려고 한다. 집에 들어가니 바깥 날씨만큼이나 후끈하다. 이게 왠 일인가? 아빠가 집에 오지 않는 시간에는 에어콘이 고장이란다. 안사람이 생활비를 줄이려고 에어콘을 틀지 않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아버지의 옷은 기름때가 절어있는 잡부의 그것이다. 이것을 본 아이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저자는 결코 좌절하지 않았던 분이다. 결국 또 다시 새로운 직업을 찾아, 복권(lotto) slip을 인쇄하는 회사에서 계수와 품질관리를 담당하면서, 경이로운 perfect attendance (개근)을 하시고, 같은 근로자들로부터 존경이 아닌 왕따의 위기에도 처하게 된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출근해야 한다는 한국식 노동습관에 생활비를 벌어야 한다는 신념이 뭉쳐진 결과이지만, 이네들에게는 너무나 신기했던 모양이다. 스스로 지원하지 않으면 승진도 없는 이 나라 문화에 또 질리게 되지만, 스스로 지원해서 승진도 하게 된다. 그리도 버젓한 대기업, 비롯 시간당 노임을 따져서 받는 주급생활자이지만,에도 취직하게 된다.
이 과정 중에도 눈물날 만한 에피소드가 참 많다. 미국 생활 3년이 지나가고, 한국에 있는 동료들과 통화하게 되면, "골프실력은 좀 늘었느냐?"는 대답에, 여기는 "골프장도 지천이고, 캐디가 없기는 하지만, 골프는 그럭저럭 치고 있으며, 잔디가 한국 같지 않다"는 그런 거짓말도 하게 되고, 은사와의 통화에서는 "즐겁게 잘 생활하고 있다"고 한다. "영어 무척 잘하겠다"는 한국 동료와의 통화에서는 "별로 늘지는 않았다"라고 말한다. 사실, 그가 미국 땅에 와서, grocery에서 창고정리 하고 있고, 주말에도 양계장에서 일을 하며, 자동차 정비소에서도 잡일을 하고 있다는 등등의 이야기는 꺼내보지도 못한다. 이게 보통 이민자의 삶이 아닐까 싶다.
책의 후반부에는 그가 살면서 알게된 영어 에피소드를 비롯해, 미국에 대한 평가와 더불어 삶의 이러저러한 특징, 차이들이 실려 있다. 점심에 'dinner'를 먹고,한 밤중에 'lunch'를 먹는다는 그들의 표현에서 황당해하고, 'how are you?'라는 질문에 'just peachy'라는 답변을 듣고, 도대체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 못해 활당해하기도 하고, 달걀 포장하다가 'loose'라는 단위를 잘못 알아듣고 헤매기도 한 그의 이야기들이 들어있다. (읽으면서 느끼는 것 하나, 미국가서 배워야 진짜 영어를 배운다고 말하기 전에, 우리나라 영어교육은 영어 선생님부터 모두 바꿔야 한다는 것).
마지막에 따뜻하게 이민을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주는 충고와 안내들...
그런 생각이 든다. 저자 임세근님은 정말 대단하신 분이라고... 환경이 사람을 만든다고는 하지만, 만일 그런 투지로 누구든 한국에서 다시 일한다면 정말 성공할 것이라고... 영어 못하는 한국인들이 미국에 가서 일하게 되면, 인도네시아, 중국, 네팔, 말레이시아 등등에서 온 사람들과 똑 같은 조건에서 고생한다는 것. (한국에 와서 고생하는 외국인 노동자의 모습이 다시 그려진다.)
임세근님이 정리해주신 이 책은 정말 소중한 경험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귀한 보물같다. 한국에 있는 친구들을 비롯해 아는 사람들이 읽는다면 충격도 컸을 것이고, 임세근님도 소위 쪽팔리다는 생각을 잠시라도 갖지 않으셨을까?
임세근님의 용기와 불굴의 투지에 감동, 그리고 존경심을 안은채 책을 덮는다.
e-mail 주소나 미국내 주소라도 알게되면, 응원의 메일 꼭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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