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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작성일	2003-08-28 (목)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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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여행
도서명 : 영국 바꾸지 않아도 행복한 나라
<예스24에 올려진 독자서평입니다>
2003-08-26

<<여행을 떠나기 전>> 우리 나라에 유럽 여행 정보를 제공하는 책은 정말 많다. 너무 많아서 탈이다. 또한, 인터넷에서 단 한번의 여행 경험을 가지고 너무나 쉽게 '절대 가지 마시오', '반드시 가보시오' 등의 극단적인 '충고'를 하는 사람들을 흔히 보게 된다. 나는 여행을 떠나기로 마음 먹으면 그 곳이 어떤 곳인지에 대해 집중 탐구를 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 탓에 오히려 '앞으로 며칠간은 여행에 대한 공부를 하지 말자'라는 다짐을 해야 할 지경이었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면, 다양한 책, 다양한 사람들이 제공하는 너무 다양한 '정보'는 별로 읽어보지도 않았다. "영국"이라는 단순한 제목의 이 책은 내가 영국에 가려고 마음먹지 않았다면 아마 있는지도 몰랐을 것이다. 우연찮게 친구와 서점에 갔고, 그 친구가 역시 우연찮게 '영국이라는 책이 있다더라..'라고 지나가는 말로 알려주었으며, 난 그 길로 이 책을 사게 되었다. 이 책은 다분히 주관적이다. 아예 대놓고 주관적이기 때문에, 객관을 지향하면서 은근히 주관을 비추는 것보다 오히려 푸근한 느낌이 든다. 저자는 '일본은 없다'와 그에 이은 '일본은 있다' 처럼 극단의 논조로 일관하는 것은 아니지만 꾸준히 영국사랑을 피력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와 영국을 일정 잣대로 비교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들이 왜 영국을 좋아하는지 그 이유를 읽는 이로 하여금 공감하도록 찬찬히 풀어 쓰고 있는 것이다. 영국 전반을 다루고 있지만, Cambridge에서 공부한 사람들이 쓴 글이기에 Cambridge에 대한 그들의 생각이 많이 담겨 있고, 이 대목이 나에게 가장 큰 도움을 주었다. London에 대한 방대한 정보와는 대조적으로 Cambridge에 대한 정보는 찾기가 수월하지 않았었기 때문이다. 나의 영국 여행 일정은 단 7박 8일이 될 것이다. 그러나, 내 여행 욕심이 항상 그렇듯이, 나는 짧은 기간이나마 그 안에 있는 동안은 관광객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London 시민이고 싶다. 이런 욕심을 가진 나에게 이 책은 '내가 해보고 싶은 것들'의 List에 좀 더 '영국적인' 활동을 몇 가지 추가할 수 있도록 해 주었다. 여행을 떠나기 전날인 지금, 나는 그 곳에 가서 무엇을 보아야 하고, 무엇을 타고 얼마를 들여 ±?하는지 등의 실용적 '정보'와 별 관계도 없는 '느낌'들을 이 책에서 찾아 꼼꼼히 복사해 챙겨두고 있다.

<<여행을 다녀 온 후>> 그들의 느낌을 꼼꼼히 복사해 챙겨두었기 때문일까, 그냥 그대로 받아들이기로 했기 때문일까.. 바꾸지 않아도 행복한 나라.. 내가 본 영국은 그들이 말한 그대로였다. 숨이 가빠서 앞으로 잘 가지도 못하는 2층 버스를 그대로 타고, 냉방도 난방도 잘 안되는 낡아빠진 빅토리아식 건물에서 사는 사람들. 하나도 같은 모양이 없는 듯한 자동차들... 이것은 아마도 London의 거리엔 20년 정도 사이의 자동차 모델이 모두 모여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눈에 띄는 유행도 없고, 청소도 안하는 듯한 거리, 지하철.. 이런 것이 영국을 비롯한 대부분의 유럽의 모습니다. 그래서 유럽에 가면 우리나라가 훨씬 더 잘사는 곳 같이 느껴진다. 그와 동시에 우리는 무엇이 그리도 풍부하기에 흥청망청대고, 바꾸고, 소비하는가에 대한 반성을 하게 된다.

이번 여행에서 나는 유명한 관광지를 찾아 다니는 것 이외에도 이들의 글에 도움을 받아 조금 더 후미진 곳에 대한 이해, 또는 영국 사람들의 생활 방식에 대한 이해를 짧게나마 할 수 있었다. 또한, 그들의 글이 아니었다면 아예 못 느끼고 지나쳤을 몇 가지 영국다운 모습을 좀 더 민감한 눈으로 바라볼 수 있었다. 어떻게 삐걱거리는 서민의 삶과 입이 떡 벌어지는 Royal Family의 삶이 공존할 수 있는지, 당사자들이 이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에 대한 것 부터 Fortnum & Mason 에서 Afternoon Tea를 마시고 Strawberry Tea를 사올 수 있었던 것 까지.. 또한, 학생들이 휴가를 떠난 Cambridge에서 그들의 모습을 상상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해 주기도 하였다. 영국을 알고 싶어 하는 이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2003-08-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