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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ㆍ작성자 |
joo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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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ㆍ작성일 |
2001-04-17 (화) 17:4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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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꾸지/ 행복한 영국인이 정말 부러워
<영국인에게 배반감을 느끼다>
이 책을 손에 쥐고 몇 페이지를 읽어보는 동안의 충격은 무엇이었으며, 한숨에 읽어버릴 정도의 매력은 어디에 있었던 것일까. 영국의 홀리건을 몰랐었던 것은 아니지만 영국하면 '신사의 나라'라는 이미지가 더욱 강했기 때문에 홀리건에 대해서는 '참 극성맞은 사람들도 다 있구나' 정도로만 생각하고 잊고있던 참이었다. 그런데 <바꾸지 않아도 행복한 나라>는 초입부터 내 잠재의식의 일부를 흔들기 시작했다.
영국사람들이 '지킬박사와 하이드'라니! 신사의 이미지가 지킬박사라면 과연 어떤 모습이 있길래 하이드라고 하는 것일까. 내가 이미 알고 있었던 홀리건이 그 단면을 보여주는 것이라 했고, 그들의 역사를 통해 증명해 주었다.
난 꼼짝없이 내 사고의 응용력에 실망해야 했다. 신사의 나라에서 파견된 홀리건. 어쩌면 너무 상반된 것이기에 더욱 충격으로 다가와야 당연했건만 신사의 이미지를 당해내지 못했었나 보다. 그러나 지금 더욱 배반감(?)을 느끼는 것은 그 신사의 이미지가 바로 그들에게 있어 가장 큰 컴플렉스인 '살인자의 후예'라는 불명예를 몇 천년동안의 노력으로 극복해낸 것이라는 점이었다. 이쯤해서 내 입은 딱 벌어져 말을 잇지 못했다. 참으로 대단한 사람들이다. 민족성도 그렇게 바꿀 수 있는 것이구나! 바로 이 충격 때문에 난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이제 영국인을 진정한 멋쟁이라고 생각한다>
이들에게 가장 크게 감동을 받은 것은 '행복'에 관한 주관성이다. 남에게 보이는 행복의 크기에 울고 웃는 우리사회에 살고있는 나로서는 정말 내실로 꽉 찬 행복을 누리고 있는 그들이 얼마나 부러웠는지 모른다. 공부를 못하면 대학에 가지 않아도 아무도 이상하게 보지 않으며, 정말 공부를 좋아하는 사람만이 대학에 가는 곳. 그리고 낡은 옷도 자기 멋에 따라 타인의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입고 다니는 사람들. 아파트를 선호하는 우리에 비해서 작은 정원이라도 딸린 집에서 자연과 더불어 살기를 원하는 사람들. 그리고 아무리 바빠도 사람들과 어울려 티타임을 즐길 줄 아는 사람들.
우리는 흔히 한국사람들을 정이 많고, 인심좋고, 웃어른 공경하는 민족이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점점 잃어가는 모습에 대한 동경이 이러한 말들에 더욱 집착하게 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또 한가지 이들에게 부러움을 샀던 것은 전통을 지키는 고집이다. 때에 따라서는 너무 융통성 없어 보일 정도로 전통과 낡은 것에 대해서 선호하는 그들.
하지만 그런 정신이 바로 몰개성의 시대에 그들만의 독특한 멋을 간직할 수 있게 한 원동력이라고 생각된다. 너무 새 것과 선진국의 모습을 따라가는 데만 급급했던 우리로서는 이 또한 여간 부러운 점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모든 것 때문에 영국을 합리적이라고 하는가 보다. 무엇하나 폼나는 것에 연연하지 않고 실속을 채우니 말이다.
우리는 안개비가 흩날리는 거리를 바바리 깃을 세우고 걷고있는 영국신사가 멋있다고 하지만, 실제로 그는 낭만적으로 보이려고 그러는 것이 아니라, 안개가 심한 곳에서는 방수가 잘되는 바바리가 안성맞춤이고, 비가 내렸다 안내렸다를 반복하는 변덕스런 날씨에서는 차라리 우산을 쓰지 않는 것이 더 편하기 때문에 그렇게 걷고 있는 것임을 이제 알았다. 그래서인지 그 신사가 더욱 멋있게 느껴진다.
--- 2000/07/11 (joo70 ) 예스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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